楽園に雨がふる
픽시브의 부타(ぶた)님의 리츠마오 소설을 읽고 너무너무너무너무 미칠 것처럼 좋아서 허락을 받아 번역했습니다.
본문이 무척 깁니다.
밴드 앙상블은 물론, 저지먼트와 듀얼, 할로윈 등 이벤트의 사소한 네타가 들어 있습니다.
나이츠의 멤버(레오는 이름만 나옵니다)들과 안즈가 나옵니다. 레오를 부르는 호칭인 王さま는 임금님이라고 번역했습니다.
오역이나 오자, 탈자 등은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누워서 읽으면 잔뜩 보이더라
일본어를 읽을 수 있으시면 원문으로 읽으시는 게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서의 감상도 그 쪽에서 평가 등으로 표현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캡션엔 리츠마오리츠라는 표현이 있지만 태그가 리츠마오 단독이었기 때문에 그쪽으로 표기합니다.
원문 링크: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67236
보물이 늘어난 리츠 군을 보는 마오 군이 상처를 눈치 채고 상처받고(다쟈레[각주:1]), 부슬부슬 질투의 비를 내리는(다쟈레[각주:2]), 겨울 때의 이야기입니다.
전학생 날조 주의(안즈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리츠마오리츠? 라고 하기보다, 8할이 마오 군의 연약한 빙글빙글 독백과 상당한 포엠으로 되어 있습니다.
감사와 사랑을 잔뜩 담았더니 무척 길어졌습니다
이벤트 수고하셨습니다.
아직도 꿈이 아닐까하고 의심해 버립니다. 해피에레고마워…
사랑을 알고 인간이 된 리츠 군이 정말로 정말로 사랑스러워서, 리츠 군의 “낙원”이라는 표현이 아주 쓸쓸하고 사랑스럽고 정말 좋아합니다.
리츠 군이 외로움을 받아들이고 한 걸음 나아선 것처럼 보이는데 비해서 마오 군은 아직 “모르고 있는” 느낌이 커서, 그게 또 끝내주고,
리츠 군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한 때부터 마오 군의 외로움이 본격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면 뭐랄까 더 이상 말로 할 수가 없어서, 소꿉친구 이벤 제2편이 올 가을겨울이 기대됩니다.
소꿉친구 사랑스럽네.
“마~군.”
그렇게 자신을 부를 때의 목소리를 계속 좋아했다.
자신을 불러들여, 살짝 끌어당겨주는 목소리. 언뜻 보면 날카로운 것처럼 보이기 쉬운 심홍색이 놀랄 정도로 부드럽게 번지는 그 눈동자가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해서, 행복은 이런 색을 하고 있지 않을까, 하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마~군, 마~군은 말이지, 내 보물이야.”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어딘가 쑥스러운 듯한 속삭임으로 그가 말한다.
“나 말이지, 보물은 소중히 해. 절대, 절대로 소중하게 대해.”
소꿉친구가 그렇게 말하며 웃은 것은 언제의 일이었더라. 그가 웃는 얼굴은 어리고 귀여움으로 넘치고 있어서, 언제나 멍하니 있던 모습에서는 떠올릴 수 없을 정도로 반짝반짝한 생기가 넘쳐, 정말 기뻤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가 웃어주는 것이 순수하게 기뻐서, 그리고 그 표정을 자신만이 알고 있는 것이, “보물”이라고 불린 것이, 말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절대, 절대로, 소중하게 대해.”
마녀의 수프에 사르르 녹는 주문이라도 이렇게 행복한 울림을 내지는 못하겠지. 그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그런 것을 멍하니 생각하면서 이사라 마오는 산더미 같은 서류를 끌어안고 멍하니 멀리 있는 소꿉친구를 보고 있었다. 멍하니, 그저, 멍하니.
“셋쨩, 지쳤어~ 업어줘…”
“하아? 할 리가 없잖아, 임금님한테나 부탁해보지? 눌릴 것 같거든?”
“임금님은 아까 무릎베개 해줬으니까, 다음은 셋쨩 차례.”
“뭐야, 그게. 쿠마 군은 정말 잘 모르겠네…”
“후후! 곤란하네, 리츠 쨩.”
주변의 공기까지 풀리는 듯한, 느긋한 리츠의 단 목소리. 사람과 관계가 생기는 것을 싫어하고 있던 리츠지만 마음속에서부터 안심한 얼굴로 유닛의 멤버들에게 양팔을 벌린 그 모습은 점점 익숙한 것이 되어 갔다.
마오를 눈치 채지 못하고, 나란히 선 그들과 담소하는 리츠는 손을 입가에 대고 키득키득 웃었다. 리츠 옆에서 뭔가 말하고 있는, 조금 키가 작은 윤기 나는 붉은 머리를 리츠가 톡톡 두드리는 것처럼 쓰다듬었다. 자기도 모르게 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 머리에 얹은 온기가 얼마나 부드러운 힘으로 움직이는지, 마오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마오 군?”
낭랑한 목소리가 불러 세워, 멍하니 있던 마오의 사고가 한 번에 멀리 있던 소꿉친구에서 자신이 서 있는 이 곳으로 돌아왔다. 깜짝 놀라 돌아보자 전학생이 고개를 갸웃하며 이쪽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약한 바람을 받아 살랑 흔들리는 여자아이의 가는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솔직하게 생각했다.
“짐이 엄청나네. 도와줄까?”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는 그녀의 자신과 닮은 보살피는 체질에, 자기도 모르게 마오는 천천히 쓴웃음을 흘렸다. 그녀야말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일을 지금도 잔뜩 떠안고 있을 터였다.
“너는 쉬라고 했잖아?”
사랑스러운 참견을 에둘러 거절하자 그녀는 곤란한 웃음으로 대답했다. 할 일이 없으면 뭘 해야 좋을지 모르고 진정하지 못하는 그런 기분을 마오도 아플 정도로 잘 알고 있어서, 알기 쉬운 그녀의 표정에 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쑥스러운 듯 뺨을 부풀린 그녀가 뭔가 말을 돌리려 마오가 아까까지 보고 있던 궤적을 쫓았다.
“리츠 군 쪽 보고 있었어?”
그 한 마디에 마오의 마음이 덜컥거렸다. 마치 고양이의 눈이 지그시 바라보고 있던 때처럼, 마음이 전부 폭발해버릴 것 같은 감각.
어떠냐고 한다면 말수가 적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가진 그녀지만, 그 눈은 때때로 놀랄 정도로 날카롭게 진실을 떠낸다. 프로듀서로서의 능력인 걸까, 아무튼 마오는 언제든 그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리츠 군, 즐거워 보이네.”
“잘 됐다.”라고, 그렇게 말하며 따뜻한 표정을 지은 그녀는 할로윈 밤의 일이라도 떠올린 걸까.
여간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아서, 마오의 마음은 점점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차올랐다. 이건 죄책감? 아니, 그것과는 좀 달랐다. 다만 리츠를 바라보는 그녀의 온기와, 리츠를 바라보는 자신의 이 감정의 온도차에, 마오는 스스로도 자신이 너무도 싫어서 견딜 수 없게 됐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녀의 표정이 나타내는 대로, 틀림없이 “따스한 광경”일 테니까.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애매한 웃음만 띄우던 마오를 조금 곁눈질한 뒤, 그녀는 갑자기 한 손을 들고 숨을 들이마셨다.
“저~기! 언니!”
“앗, 이봐!”
“응? 어머어머~! 안녕! 변함없이 바빠 보이네.”
“누님!”
자기도 모르게 깜짝 놀란 마오를 신경도 쓰지 않고 그녀는 친한 언니──나루카미 아라시의 이름을 부르고 세차게 손을 흔들었다. 금방 알아차리고 미소를 띤 아라시와 돌아보고 눈을 빛낸 츠카사가 이쪽으로 달려와, 어쩔 수 없다는 듯 세나도 뒤에서 따라왔다. 그리고 그에게 찰싹 달라붙은 리츠도 당연히 마오가 있는 쪽으로 가까워졌다.
무의식인지 의식적인지 알 수 없는 그녀의 판단에 마오는 새삼스럽게 관심과 경외의 중간쯤 되는 마음을 표했다. 깜빡 리츠와 눈이 마주쳐 아까까지 답답한 기분이 한층 불어났지만, 그것을 어떻게든 눌러 놓고 “리츠, 너무 폐 끼치지 말라니까? 선배잖아, 일단.”이라고 웃음을 지었다.
“잠깐만 너, 일단이라니 뭐야?”
“괜찮아. 셋쨩 나이는 동갑이니까 선배 아니고.”
“같은 나이면 더 안 되거든?”
“에, 마~군 쩨쩨해.”
“내 말 듣고 있는 거야!?”
목소리를 높이는 세나를 무시하고, 볼을 부풀리며 느릿한 동작으로 리츠가 세나에게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런 그가 다음에 달라붙을 게 누구인지도 잠깐 사이에 알 것 같아, 그 어리광부리는 목소리가 내리찍기 전에 마오는 전학생의 어깨를 힘껏 당겨,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물론 얘도 안 돼!”
“…마~군 건방져.”
슬쩍 이쪽을 노려보는,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 같은 그 표정이 조금 귀여워서, 마오의 마음이 약간 덜컹거렸다. 그렇게 뛰는 심장이 눌려, 동시에 조금이지만 그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어머어머. 정말로, 곤란하게 하는 애라니까!”
“…그것보다도 당신, 발밑의 그거 신경 쓰는 편이 좋을 텐데요?”
생글생글 웃는 아라시에 비해,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마오를 노려보는 츠카사의 말에, 마오는 흠칫하며 시선을 내렸다. 양손 가득 서류를 안고 있던 자신이 어째서 그녀를 끌어당길 수 있었지?
그야 물론,
“우와앗!!”
땅에 한 가득 눈처럼 퍼지는 종이의 바다에 그만 소리를 질렀다. 당황해서 쭈그려 앉으려는 전학생을 저지시키고, 의외로 세나가 벌써 그 일부를 줍고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그이다 보니까 성대한 빈정거림이나 설교 섞인 불만이 돌아오는 건 아닐지 싶어 경계했지만, 세나는 말없이 마오에게 종이 다발을 떠밀고, 그대로 인상을 쓰며 한숨만 쉬었다.
“뭔가 드문 일이네, 마오 쨩이 멍청히 있고.”
그렇게 신경 쓰였어?
라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미소 짓는 아라시 때문에, 마오의 뺨이 뜨거워졌다.
그런 마오에게, 리츠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고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마~군, 피곤한 거 아냐? 일 너무 많이 한 것 같은데.”
놀란 것 같은 그 목소리는 기분 좋은 상냥함을 품고 있어, 마오는 무심코 간질여질 때처럼 살며시 서툰 웃음을 지었다. 남이야 어찌되든 상관없어 보이던 리츠가 쏟는 이 아무렇지도 않은 상냥함을, 마오는 정말 좋아했지만, 그래도 언제나 낯간지러웠다.
“마~군은 마음도 간지럼을 잘 타네.”라고, 전에 웃었던 것을 아직 기억하고 있다. 그 말마저, 커피에 살살 녹는 우유처럼 사분한 상냥함이 담겨 있어, 마음이 간질간질해져, 마오는 저도 모르게 몸을 돌렸다.
“괘앤찮다니까. 지금은 그 정도로 바쁜 것도 아니고.”
“그게 어디가 ‘그 정도로 바쁜 게 아니’라는 거야?”
“괜찮대도.”
“하아…”
배시시 웃는 마오를, 질린다는 것처럼 리츠가 바라본다.
평소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젓는 것은 마오고, 그것에 마이페이스로 설핏 웃는 것은 리츠다. 그런 그들을 떠올리면서, 둘의 사소한 행동이 정말로 닮아있구나, 하고 전학생은 혼자서 미소 지었다.
“후훗…”
“어머 안즈 쨩, 엄마 같은 표정 짓고 있네.”
“에?”
그 미소를 발견하고, 아라시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무심코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라시의 말에 응응 고개를 끄덕이며 리츠도 웃었다.
“역시 낫쨩도 그렇게 생각해? 예전에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자각 없더라, 멀뚱멀뚱하고.”
“후훗, 지금도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이네.”
“그러니까, 막내는 스~쨩이고, 우리가 형이면, 임금님은 아빠라고 하기엔 좀 다르지만… 아무튼, 다 같이 큰 가족 같은데~ 싶고.”
“어머머, 리츠 쨩, 기쁜 말을 해 주네…! 그렇지만 알 것 같아.”
“앗, 그치만 낫쨩도 엄마 같아.”
“그런 말투, 뭔가 짜증나지만 말이야…?”
“……저도, 스튜디오에 들어갈 때,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어집니다.”
쑥스러워하면서 한 츠카사의 말에, 인상을 쓰고 있던 세나도 아주 싫은 건 아닌 것처럼 뺨을 물들이며 고개를 돌렸다. 생글생글 그 뺨을 찌르는 아라시의 머리를 세나가 가볍게 털어냈다.
“후훗, 가족은 역시 좋은 거지.”
그렇게 말하며, 리츠가 눈초리를 내리며 배시시 웃었다. 꽃이 피는 것 같은 그 웃음은 행복을 눌러 담은 표정이어서, 그 모습에 그녀의 마음도 따뜻한 것으로 차올랐다.
하지만 그것과 동시에, 그녀는 옆에 있는 마오를 염려하며 살짝 올려다보았다. 그 눈이 지독히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그는 스스로 눈치 채고 있을까. 눈치 채지 못하고 있을까. 최근 마오가 리츠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떠올리는 그 눈을 볼 때마다 언제나 그녀는 어떻게 도와줄 수 없을까, 싶어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맞아, 리츠 군, 전에 마오 군도,”
“미안. 나 이제 슬슬 가볼게.”
“마~군도 엄마 같아”라고 말하던 리츠를 떠올려, 그녀는 말을 바꾸려 했지만, 먼저 입을 연 마오가 그것을 막았다. 마오는 붙여 놓은 것 같은 웃음으로 전학생의 머리를 두드리고서, 장난스러운 말투로 아라시에게 말을 걸었다.
“리츠 녀석, 어지간히 손이 가니까 번거롭지만, 뭐 잘 대해줘야 해~?”
“후후, 그게 뭐야. 마~군, 딸을 시집보내는 아빠 같은 대사.”
“아니, 마음은 좀 그런 느낌이고? 자식이 독립하는 걸 보는 기분.”
“독립?”
“뭐, 나는 네 아빠도 뭣도 아니지만. 아무튼, 이제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괜찮아 보이기도 하고~?”
“……? 마~군,”
“나는 그냥 소꿉친구고, 언제까지고 뒷바라지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 뭔가 안심했어.”
그런 말을 하며 웃는 마오 때문에, 리츠의 마음은 덜컥 가라앉았다. 그런 자신의 동요를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리츠는 생각했는데, 이런 때 마오는 눈을 돌리는 것처럼 아라시를 보고 웃고 있다.
“에~… 나, 마~군이 돌봐주지 않으면 죽어버리는데.”
“거짓말, 이제 그것도 옛날 얘기지, 이제는 내가 없어도 괜찮잖아~?”
농담처럼 웃은 후에, 마오는 서류를 안은 채 달려갔다. 전학생이 불러 세우는 목소리도 듣지 못하고 멀어지는 그의 등을 가만히 바라보다, 리츠는 무척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
그 버려진 강아지 같은 눈동자를 보고 세나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학생회실에서, 서류를 겨우 책상 위에 놓으며, 마오는 크게 숨을 내쉬었다.
죽을 만큼 달린 심장이 아직 두근두근 거렸다. 원인은 그것뿐만이 아니지만.
아까 전 리츠의 웃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마오의 가슴 속을 기분 나쁜 감정이 빙글빙글 돈다. 속이 좁은 자신이 스스로도 싫어진다, 그렇게 몇 번이나 생각해도 역시 이 가슴의 답답함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가족, 말이지.”
불쑥 혼자서 중얼거린다. 그것은 다정하고, 그래서 더욱 두려운 말이었다. 단 한 마디, 그것에 어째서 자신이 언제까지나 매달리는 걸까, 하고 마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니까, 매번 마오를 가족이라고 말하는 리츠를 마오가 가족이라고 부른 적은 없다. 둘은 소꿉친구, 그것뿐인, 소꿉친구. 타이르듯 마오는 살아왔다.
물론, 소꿉친구라는 말의 울림이 좋다고도 생각한다. 소꿉친구는 쌓아올린 시간이 없으면 될 수 없다. 리츠나 자신에게도 진짜 가족이 있어도, 그것보다 먼저 리츠가 누군가와 가정을 만들어도, “리츠의 소꿉친구는 마오뿐”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사실이었다. 그 사실이 마오를 안심시켰다.
그러, 니까, 소꿉친구면 충분해. 마오에겐 원래 가족도 있다. 리츠는 가족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지 않으면, 뭔가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리츠가 가족이라고 할 때마다 어쩌지도 못하고 구원받는 자신이 있어서, 마오는 그렇게 부모로부터 받지 못하는 행복의 색을 몇 번이나 리츠를 통해 알았고, 한편 지금 당장이라도 집을 뛰쳐나가 리츠의 곁에 돌아가고 싶어지는 자신이 무서워 견딜 수 없어서.
그도 그럴게 이 충동을 받아들이면, 분명 마오는 더는 그 집에는 있을 수 없게 돼, “외롭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행복이라는 건, 무서운 것이었다. 한 번 알아버리면, 이제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이, 한 순간에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형태를 바꿔버려, 그런 두려움을 간직하고 있다.
낙원을 아는 것은, 단 맛도 쓴 맛도 품은 커다란 금기였다.
‘마~군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발견한, 생애 단 하나뿐인 가족이니까.’
그가 그 말을 한 그 날은, 이제 아득히 먼 꿈같다고 마오는 생각했다. 이제는 벚나무 잎까지 떨어져버렸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리츠는 이제 없다. 아니, 사실은 계속 알고 있었다. 자신이 없어도, 리츠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 혼자서 일어나는 것도, 준비를 하는 것도, 계획을 세우는 것도, 사실은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 나 같은 것보다도, 훨씬 머리가 좋다는 것. 그런 건 알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 전부터. 리츠는 혼자서 나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것뿐이 아니다. 내가 없어도 리츠는 이제 혼자가 아니다. 그 쪽이 더 마오에게 큰 쇼크였다.
내가 없어도 누군가 리츠를 깨워 학교에 가겠지, 내가 돌봐주지 않아도 어이없어 하면서도 상냥하게 그 흰 손을 끌어, 단추를 잠가주고, 부드러운 그 머리카락을 쓰다듬어 정리해주는 사람이 있겠지. 리츠가 상처 입으면 눈물을 흘려줄 사람이 잔뜩 있다. 리츠를 사랑하는 사람이 잔뜩 있다. 누구에게나 외면당한 외톨이 사쿠마 리츠 같은 건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렇게 그 상냥함을 리츠는 기쁘게 받아들이고, 그리고, 리츠는 마찬가지로 그들에게 상냥함을 돌려줄 것이다. 리츠는 그런 사람이다. 받을 뿐만 아니라, 상냥함을 주는 사람.
보물을 절대, 절대로, 소중하게 간직하는 사람.
나만의 릿쨩은 모두의 소중한 사쿠마 리츠가 되었다.
그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소중한 일인, 게 분명한데.
“우와, 답답한 공기.”
가시 있는 목소리에 흠칫 시선을 올리자, 입구 벽에 세나가 기대어 서 있었다. 저녁놀을 받아 속눈썹 그림자가 진 뺨은 매끄럽고, 선 모습까지 무슨 그림이 된다고 생각했다.
예상치 못한 손님에 무심코 눈살을 찌푸린 마오에게, 세나는 팔랑팔랑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그것은 마오가 아까 전에 떨어뜨린 서류의 일부로, 줍지 못한 것이 있던가싶어 당황해 벌떡 일어섰다.
“죄, 죄송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로 드문 일이잖아? 『뭐든 잘 하는 이사라 군』이 말이야.”
“하하하…”
그가 사랑하는 유우키 마코토를 흉내 낸 그 말씨에, 마오는 쓴웃음을 지었다. 변함없이 자신의 소중한 친구에게 어마어마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마오라고 해도 뭐라고 하면 좋을지 알 수 없게 된다.
세나에게 마코토는 “소중하고 소중한, 사랑하는 동생”이라는 모양이지만, 그런 것 치곤 애정이 과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가족이라기엔, 그의 애정은 과격하다. 실제로 세나도 언제나 “가족보다도 더 깊은 연으로 이어져 있다”고, 황홀하게 마코토를 향해 웃었다. 가족, 보다도. 가족.
“…, 저기, 듣고 있는 거?”
“앗! 우와, 네, 죄송합니다. 생각을 하느라…”
퍼뜩 정신을 차리자, 마오는 세나에게 손을 내민 채로 우뚝 멈춰 있었다. 그 손에는 진작 서류가 놓여 있었다.
정말로 지친 걸까. 그렇게 생각하며 마오는 어색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러니까, 쿠마 군이 못쓰게 됐으니까 어떻게든 하라고 했는데.”
“…네?”
“하아? 정말로 안 들은 거야? 완전 짜증나.”
고개를 들어 멀뚱히 세나를 바라보자, 그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고, 같은 말을 반복했다. “쿠마 군이 못쓰게 됐으니까 어떻게든 해봐.”
“못쓰게 됐다니… 리츠한테 무슨 일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네 탓인 게 당연하잖아!”
“헤? 저?”
“네가 서투른 질투나 하니까, 쿠마 군이 ‘마~군한테서 버려졌다’라나 완전 시끄럽거든?”
의미도 모르고 마오는 그냥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리츠가 나한테? 버려져?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설마 또 나는 리츠를 불쾌하게 한 방아쇠를 모르는 사이 당겨버린 걸까. 하지만, 뭐가 안 된 거였지? 방금까지 무척 즐거워 보였잖아. 내가 없어도, 즐겁게,
“그보다 서툰 질투라니, 저는 별로, 질투 같은 건 하지 않고 있,”
“…너 말이야, 무의식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 하는 건 그만두는 게?”
세나의 곧은 눈동자가 찔러왔다.
그것은 뚜렷한 모멸(侮蔑)을 품고 있어, 마오의 심장은 덜컥 가라앉았다.
남에게 미움 받는 건 싫다. 세나가 좋아하고 있다고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지만, 그래도 혐오의 눈이 보고 있으니 마오의 마음 어딘가가 삐걱거렸다. 미움 받는 건 무서워.
“그러니까 그, 지금 그 얼굴.”
“얼, 굴?”
“남의 안색만 살피고 말이야. 눈치 채지 못하도록 뚜껑을 덮는 건 눈을 피하는 거랑 전혀 차이 없으니까 말이지. 싫으면, 옆에 있고 싶으면, 아무도 가까이 하지 말았으면 한다면, 제대로 말하면 되잖아.”
“별로, 그런 게,”
“내가 쿠마 군이랑 딱 달라붙어 있으니까 싫었지? 쿠마 군이 웃으면서 카사 군 머리를 쓰다듬었을 때, 거긴 내가 있을 곳이라고 생각했지?”
“그런 거,”
“우리를 가족이라고 했을 때 네 얼굴, 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두웠고, …안즈도 그걸 보고 불안한 표정 지었는데, 너 알고 있었어?”
심장 소리가 시끄러워서 마오는 귀를 막고 싶어졌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입을 열면 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을 내질러 버릴 것 같아서 아무 것도 말하지 못했다.
세나는 그런데도 똑바로 마오를 응시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눈동자였다. 맑은 하늘. 살아있기에야말로, 강하게 빛나는 눈동자. 그것이 점점 마오의 마음을 찌르고 있었다.
“그런 식으로, 모르는 척 하고 좋은 애인 척 하는 거, 완전 짜증나!”
“……아니에,”
“말하면 되잖아, 외롭다고.”
“윽, 외롭다든지 그런 게…!”
저도 모르게 입에서 튀어나간 말을, 깜짝 놀라 손으로 막았다.
세나는 조금 눈을 크게 뜬 후, 그 투명한 눈길로 마오를 보았다. 모멸 같기도 하고, 자애 같기도 한,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자신으로부터 흘러나온 말이 머릿속을 둘러싸, 마오의 심장은 찔려 박히는 것 같은 아픔으로 비명을 질렀다. 뚜껑을 열고 싶지 않아, 알고 싶지 않아.
‘조금 섭섭하네. 옛날엔, 나만의 릿쨩이었는데.’
전야제. 그 무대에서, 그 말을 선뜻 입 밖으로 낼 수 있었다. 리츠는 농담하지 말라고 웃었지만,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의심할 여지없는 진심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마오는 이제 같은 말을 간단히 할 수 없게 되었다.
자신은 모르고 있었다. 그 때의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리츠가 소중한 것을 찾아내는 일, 그게 무슨 일인지, 진짜 외로움을, 그 때는 아직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저 그 편린에, 정말로 조금 상처받은 가슴을, 솔직하게 웃으며 리츠에게 이야기했다.
그 마음 어딘가에는, “그래도 리츠와 자신은 변하지 않는 유일한 것”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이 있었다. 정말로, 릿쨩은 내가 없으면 “어쩔 수 없네”.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마저 그 시절의 자신은 알지도 못했지만.
“…쿠마 군은 말이지, 소중하다나.”
“네?”
“나는 뭐, 너희들이 정말로 싫어서 견딜 수 없어, 내 유우 군을 멋대로 데리고 나가고, …살아남기도 어려운 잔혹한 세계에 놓아주고, 그렇게 내 예쁜 유우 군을 더럽히다니 죽여 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어.”
뭐, 지금은 너희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위험한 말과 함께 내놓는 따뜻한 조각에 간질여지는 것처럼 어색하게 웃음으로 대답했다.
세나는 확실히 마오와 다르다. 말을 분명히 밖으로 내뱉는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세나의 다음 말에 마오의 웃음은 뚝 멈췄다.
“하지만, 쿠마 군은 상관없어? 하고 화풀이 좀 섞어서 물어보니까 말이지, 소중하니까 괜찮다고.”
“저,”
“‘마~군’의 보물도, 꿈도, 선택한 길도, 전부 다 소중하게 생각하고 싶으니까, 그렇게 말했어. 짜증나게 하네.”
그렇게 말하는 리츠의 웃음이 마오에게 한 순간 떠올랐다.
리츠는 언제나 마오에게 상냥했다. 제멋대로고, 손이 많이 가고, 마이페이스지만, 그래도, 아무도 위로해주지 않는 마오에게 고맙다고 말해주고, 좀처럼 쓰다듬어지지 않는 마오의 머리를 언제나 기쁜 것처럼 쓰다듬었다. 그 말에, 웃음에, 마오는 언제나 외로움을 메워서.
소중히, 소중하게 대해져서.
“……아무튼, 쿠마 군은 네가 하는 말이면 뭐든지 소중한 것 같으니까 얼른 뭐라고 말해 봐. 나한테 폐가 되거든?”
“고맙, 습니다…”
아주 멍한 눈으로 고개를 숙이는 마오의 위태로움에, 세나는 점점 더 한숨을 쉬게 되었다. 성가신 일이다. 이럴수록 그 리츠를 괴롭힐 뿐이지.
대충 자신이 한 말을 듣고, 리츠의 그 따뜻한 마음과는 정반대로 질투나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의 유치함에, 무척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이 유치한 진심을, 리츠는 원하고 있다고 하는데.
애초에 리츠 역시 충분히 애라고 세나는 생각했다. 받아들이고, 소중하게 하고 싶어, 그 말도 진심일지, 외롭지 않다고 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언제나 설렁설렁 하는 주제에, 마오가 조금 한 말 가지고, 그렇게 불안한 것처럼 눈이 흔들리니까.
소중하다고 말한 후에 리츠가 흘린 말은, 세나는 마오에게 가르쳐주지 않았다. 거기까지 참견을 할 생각은 없다, 직접 들으라고 마음속에서 원 없이 욕을 퍼부었다.
‘셋쨩, 그래도 말이야, 그래도 나는, 『낙원』을 살아가는 마~군이,’
크게 한숨을 쉬고, 마오의 머리를 두드리듯 아무렇게나 쓰다듬고, 세나는 자리를 떴다.
그가 처음으로 한 행동과 익숙해지지 않는 감촉에, 마오는 무심코 머리에 손을 올리고, 쑥스러운 것처럼 뺨을 물들였다.
서투른 사람이네, 하고 마오는 생각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세나는 상냥하다.
“…소중, 하게 말이지.”
조용해진 학생회실에는 이제 저녁 해가 눈부시게 비추고 있었다.
그래도 일을 할 기분은 들지 않아, 성실한 마오로는 드물게 그대로 책상에 엎드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저녁노을이 번지고 있었다. 타는 것처럼 붉은 하늘.
석양을 보고 있자니 아직도 마오의 가슴이 작게 수런거렸다. 떠올려 버렸다. 혼자서 돌아가는 길, 어머니에게 부탁받은 장보기, 돌아가고 싶으면서도 가고 싶지 않은 집으로 가는 길, “또 보자”라며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 주황색을 보면 마오의 가슴이 꾹 하고 쓸쓸해진다. “집”에 돌아가라고, 네가 “있을 곳”은 어디냐고, 하늘이 고하고 있는 것 같아서, 재촉당하는 것처럼 마음이 옥죄게 된다.
석양의 불타는 듯한, 빨간색은 질색이었다. 그와 만나기 전까지는.
『──승자, 사쿠마 리츠!』
아아, 또 이 꿈이다.
마오는 그렇게 혼잣말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고개를 숙이고 싶지만, 꿈속의 자신은 언제나 그 스테이지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아니, 그 날도 피할 수는 없긴 했지만.
마오가 모르던 knights의 왕이 돌아와서 열린, 『저지먼트』라는 행사. 그 무대에 선 소꿉친구를 본 날부터, 마오는 빈번히 이 꿈을 꾼다.
『감사했습니다.
…저는 이제 녹초라, 제 차례는 여기까지. 임금님, 다음은 우리들의 최종병기니까, 기대해.』
눈부신 빛과 쏟아질 것 같은 함성을 받으며 그렇게 미소 지은 리츠는, 본 적 없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로서는 드물게, 객석에 진지하게 눈을 향하고 정중히 목례로 답했다. 그런 사쿠마 리츠에게, 감격한 것 같은 모습으로 팬들은 점점 큰 박수를 보냈다. 목례를 끝내고 고개를 든 리츠가 활짝 웃었다. 그렇게 심장 박동을 확인하듯, 양손을 가슴에 대고, 한순간이지만 눈을 감고, 그렇게 기도하는 듯한 행동을 마오는 놓치지 않았다.
“사쿠마 리츠는 여기에 있어.”
그렇게 말하듯, 덤벼들어, 아름답게 춤추고, 성대를 떨며, 리츠는 웃고 있었다.
리츠는 여기 있다, 그런 당연한 것을, 소꿉친구인 마오마저도 그때 처음으로 생각했다. 사쿠마 리츠는 여기서 살아가고 있다. 소중한 것을 그 손에 들고, 있고 싶은 곳에 두 다리로 똑바로 서서, 분명히 숨을 쉬며 스테이지 위에 살아 있다.
고막을 흔드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는 마치 비 같았다. 마오는 다만 혼자서 그 비를 손바닥에서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움직일 수 없었다.
그래서 그 대신, 무릎 위에 꽉 쥐고 있던 손등에, 뚝 한 방울 비가 내렸다. 그렇게 간신히 마오는, 자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맨 뒤, 숨으려는 듯 그림자가 된 가장자리 석. 리츠는 자신을 눈치 채지 못한다. 박수의 비를 기분 좋은 것처럼 맞으며,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한 번 더 목례를 한다, 빛나는 스테이지는 마치 낙원처럼 보였다. 그 곳을 리츠는 자신이 있을 곳으로 정했다. 거기서 살아가는 것을, 사쿠마 리츠는 선택했다.
아아, 리츠, 너도 이런 마음이었어……?
말할 수 없는 마음은 마오의 속에서 독처럼 녹아간다.
그래서 처음으로, 마오는 그 늦봄 날, 싸운 날 리츠의 마음을 알았다. 자신은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자신만의 소꿉친구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그는 자신 의외의 보물과 함께 걸어간다. 자신을 남겨두고서.
알지 못했던 감정을 마오는 그때 겨우 알아버렸다. 계속 모르고 있었다면 행복했을 텐데, 그렇지만, 이제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리츠,”
모르는 새 젖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사실은 릿쨩, 이라고 부르고 싶었다. 하지만 그 이름으로 부르면 마오의 마음 어딘가가 무너져버릴 것 같아서 부를 수 없었다.
뚜껑을 덮자. 누구에게도, 자기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게끔.
“마~군.”
그 목소리에 빙그르 장면이 전환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 리츠가 서 있었다. 할로윈 밤의 의상이다. 흔들거리는 리본, 리츠에게 잘 어울리는 밤하늘색. 보석 같은 붉은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 날, 마오가 몸이 좋지 않은 그를 걱정해, 산더미 같은 일과 자신의 무대를 겨우 끝내고 달려갔을 무렵에, 리츠는 이미 근사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으며, 그렇게 악담을 퍼붓던 형과 함께.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그 날의 리츠가 마오에게 웃었다.
『마~군, 오늘은 즐거운 밤이네. 재가 되어도 좋을 정도로. 조금도 목이 마르지 않아.』
안즈가 만들어준 의상, 정말 따뜻해.
그렇게 말하며 리츠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목소리로 들떠 있었다.
아아, 전학생과 자신이 사이좋게 있을 때, 리츠가 그녀가 아닌 자신에게 질투하게 된 건 언제부터였더라.
나랑 함께 있을 때는 늘 목이 말랐으면서. 그래도 나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으면서.
어두움 감정이 술렁거리며 끓어올라, 마오는 발밑에서부터 가라앉을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려 뻗은 손을 리츠의 흰 손이 붙잡아 마오는 흠칫했다.
하지만, 리츠는 마오에게 무언가를 건네주더니 바로 스르르 그 손을 놓았다. 마오가 손바닥을 펴자 거기엔 작은 목걸이가 빛나고 있었다. 틀림없이 그것은 “넷”이서 한 세트인, 유닛을 상징하는 마오의 목걸이였다. 반뜩반뜩 사랑스러운 빛을 내는 그것을 마오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리츠는 붉은 눈동자를 살짝 가늘게 뜨며 빙긋 웃고, 마오의 마음속을 읽은 것처럼 소곤거렸다.
“마~군도, 나 말고도 소중한 것 잔뜩 찾아냈잖아.”
심장이 무너져 내렸다.
마오도 이제 리츠만의 마오가 아니었다. 이사라 마오는 긴 삶에서 살아가고 싶은 곳을 간신히 찾아냈다. 바짝 다가붙은 별의 조각. 한 번 부서진 그것은 그래서 더 강한 빛을 반사해 세계를 밝히고 있었다. 그들은 몇 번이나 마오에게 “고마워”라고 말하고, “힘이 되고 싶어”라며 손을 잡고, 같은 노랫소리를 울리는 기쁨을 주었다. 『특별』했다. 이렇게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손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 정도의 빛을, 운명을, 마오는 그들에게서, 그리고 그들과 함께 꾸는 꿈에서 느꼈다.
생각해보면 마오도 자신의 세계에 보물이 늘어 있었다. 그 반짝임은 마치 낙원 같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이라.
그래서 그러니까, 자신은 괜찮고 리츠는 안 된다니, 그런 아주 이기적인 게 괜찮을 리가 없다. 알고 있다. 우리는 이제 단 둘만의 『가족』은 될 수 없다. 리츠도, 그리고 마오도. 이제 둘이서만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이 마음은 죄이다.
“마~군, 저기, 마~군.”
정신을 차려보니 눈앞에서 리츠는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뒤에서 들은 적 있는 울음소리가 나서, 저도 모르게 어깨를 흠칫 떨면서 돌아보았다. 동그스름히 곡선을 그리는 잘생긴 머리, 앳된 티가 남은 보드라운 뺨, 몇 번이나 꿈에서 본 모습. 잘못 봤을 리가 없다.
어린 시절의 리츠가 거기에 서 있었다. 붉은 눈 가득 눈물을 머금고 무척 쓸쓸하게 마오를 보고 있었다.
『마~군, 아무 데도 가지 마. 나한테는 마~군밖에 없어. 나는 혼자야,』
작은 손이 마오의 가슴팍을 잡은 그 순간, 목덜미를 기어오르는 것 같은 오싹한 무언가를 느꼈다. 그것은 감미로운 유혹을 품고 마오의 마음을 조용히 채웠다.
리츠는 그 둥글고 눈물로 부연 눈으로 매달리듯 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밤이 무서워. 혼자가 무서워. 추워서 못 참겠어.』
“릿쨔,”
“마~군, 아무 데도 가지 마, 계속 같이 있자.”
마오는 견딜 수 없게 되어 리츠를 끌어안았다. 힘을 주면 부서져 버릴 것 같이 작은 몸. 텅 빈 몸. 아무 것도 없는 리츠. 온 세상에서 달랑 혼자, 밤을 오도카니 맴도는 리츠. 자신이 없으면 밤에 녹아 사라져 버릴 것 같은, 자신만을 태양이라고 부르는 리츠. 그것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귀여운지,
“외로워, 마~군.”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오가 필사적으로 누르고 있던 뚜껑이 열렸다.
쏴아, 소리를 내며, 마오의 세계에 비가 쏟아져 내렸다. 멈출 수 있을 리 없는 마음이 넘쳐흐른다. 치사하고, 이기적이고, 하지만 똑바른 단 하나의 마음.
몰랐던 때로는 돌아갈 수 없다.
그래, “외롭다.”
외로워, 릿쨩.
어렸을 때, 마오의 외로움을 메우던 리츠의 존재가 이제 마오를 외롭게 했다. 굶주린 듯이 덮여 오는 파도처럼 마오의 마음은 흘러 넘쳐 비가 된다. 외로웠다. 무척, 무척이나, 쓸쓸했다.
황금빛 한낮, 소녀와의 영원한 시간, 변하지 않는 행복을 바란 누군가의 이야기[각주:3]처럼, 쏟아져 내리는 비는 어느새 바다가 되어, 마오의 기억 모두를 흘려보냈다. 꼭 끌어안고 있었을 텐데, 어린 리츠도 멀어져갔다. 마오는 바다 속에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닿지 않았다. 이제 돌아갈 수 없다. 서로의 손이 서로를 위해서만 존재했던 그 날들로는. 마오는 가라앉았다. 목걸이를 쥐고. 하지만 무척 텅 빈 마음이 그 빨간색을 찾고 있었다.
“음…………”
뺨에 빗방울이 뚝 떨어졌다.
비인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나 눈을 슬쩍 뜨자, 그것은 노을이 지는 저녁 하늘이 아니라, 보석 같은 붉은 눈에서 흐르고 있었다.
“릿쨩…? 울어…?”
어느새 자 버린 건가. 정신이 들고 보니, 학생회실에서 자리에 앉은 리츠의 무릎베개를 하고 자고 있다가, 의식이 느릿하게 부상해 입을 연 마오의 목소리는, 무척 앳된 울림이 되었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걸까, 그렇게까지 생각했다.
하지만 아까보다 훨씬 선명한 감촉으로 리츠는 마오의 뺨을 쓸었다.
“…울고 있는 건 마~군이겠지.”
그 말에 마오는 자신의 시야가 무척 흐릿한 것을 깨달았다. 막 일어났기 때문에 멍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에는 분명 눈물의 막이 생겨나 있었다.
“어라, 왜 나, 울고 있지……”
그렇지만 리츠도 울고 있었다.
불쑥 중얼거리자 리츠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리츠는 잔뜩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주륵주륵 눈물을 흘려, 마오의 뺨을 적시고 있었다.
리츠의 눈물이라니, 몇 년 만에 보는 걸까. 드문 그 표정에 놀라기보다도, 왜인지 안타까움이 불쑥 덮쳐와 마오의 가슴이 옥죄어왔다.
무릎베개를 하고 있는 마오의 시야에는 리츠 말고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리츠의 눈을 마오는 좋아했다. 빨간, 보석 같은, 사탕 같은, 말간 색깔. 매혹적이고 신기한, 하지만 앳됨을 가진, 무엇보다도 부드러웠다. 빨간색은 상냥한 색. 마오는 그걸 리츠와 만날 때까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 눈에서 주륵주륵 투명한 물방울이 흘러내리고, 리츠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마~군,”
“응…?”
“마~군.”
“응?”
“마오, 이사라 마오,”
“뭐야.”
“이제, 나 같은 건, 보물이 아니게 됐어?”
아이 같은 목소리였다. 뚝뚝 떨어진 목소리였다. 단순하고, 간단하고, 하지만 그래서 똑바른, 절실한 말이었다.
“이제, 나는 마~군한테, 『그냥 추억』?”
“아,”
“나는 이제, 마~군의 가족이, 보물이, 될 수 없어?”
무슨 소리야, 그럴 리가 없잖아, 왜 그러는 거야,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왜 그렇게 되는 건데, 말들이 잔뜩 마오의 마음을 돈다. 하지만,
‘그렇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얼굴 하는 건 그만두는 게?’
세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려서, 마오는 그것들 전부를 마음속에 눌러 담았다. 왜냐하면 뚜껑을 열어버렸으니까. 내리기 시작한 비는 멈추지 않고, 더는 모르는 척 할 수도 없었다.
그 대신, 마오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릿쨩, 나는, 언제까지나 릿쨩의, 가족으로 있을 수 있어?”
리츠가 눈을 크게 떴다. 그 둥근 눈에서 뚝, 눈물이 그쳤다.
처음이었다. “가족”이라고 입에 담는 것도, 솔직한 진심, 뚜껑 속에 간직해 둔 감정을 말로 내는 것도.
말한 순간, 저질러 버렸다고 생각했다. 말해 버렸다, 이건 이기적인 죄이고 금기였다. 그래도 고삐가 풀린 것처럼, 한 번 뱉은 말은 멈출 수 없었다.
“리츠의 보물은, 이제 나뿐만이 아니잖아.”
“윽, 그런 게,”
“내 보물도, 이제 너뿐만이 아니지.”
리츠의 몸이 바르르 떨리는 게 마오의 머리 너머로 전해져 왔다. 리츠도 계속 알고 있었겠지, 하고 리츠의 표정을 보고 마오는 바로 알아차렸다. 그는 떨고 있었다. 뭐야, 결국, 우리들 같은 걸 무서워했구나.
“리츠가, 그렇게, 점점 더 많은 게 소중해져서, 반짝반짝 눈 부신스테이지에서 웃는 걸 보면, 정말로 기뻐.”
그렇게 말하면서, 마오는 리츠의 뺨에 손을 뻗었다. 흰 뺨은 울고 있기 때문인지 무척 따뜻했다. 이제 얼어붙을 것처럼 차갑던 사쿠마 리츠는 어디에도 없었다.
“이것도 진심이야. 나 정말 기뻐. 릿쨩이 웃으면, 아아, 잘 됐다, 행복해, 그렇게 생각해.”
거짓말 같은 건 하나도 하지 않았다.
마오는 꿈속에서 흐느껴 우는 어린 리츠를 봤을 때, 그렇게 생각했다. 그것은 얼마나 사랑스럽고, 달콤하고, 귀엽고, 그런데도 얼마나, 외로운 것인지.
외톨이 리츠를 보는 것은 가슴이 아팠다. 무척, 무척 괴로웠다. 너에게는 훨씬 더 많은 햇볕이, 음악이, 보석이 있다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어졌다. 지금 당장 손을 잡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으로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비록 그렇게 그것들을 알게 된 그가, 자신의 손을 놓아버린다고 해도.
재가 되어도 행복하다고, 햇빛을 받으며 배시시 웃는 리츠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좋았다. 정말로 좋아했다.
리츠는 가만히 듣는 것처럼, 입을 다물고 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 말고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 그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마오의 마음이 또 살짝 삐걱거렸다. 모순되고 있는, 양쪽 모두 진심이었다.
“하지만, 역시, 쓸쓸해.”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었는데도 그것을 말할 때, 마오는 조금이지만 긴장했다. 심장에서 두근두근 소리가 들릴 정도라, 마치 고백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정도로 숨겨두고 있던 비밀이어서, 말을 한다는 것에 마오는 무척 떨고 있었다.
“리츠에게서, 내 존재가 점점 작아져서, 그래서, 특별하지 않아지는 게, 힘들어.”
“…….”
“가끔씩, 내가 『맨 처음』이었다는 것만으로, 내가 계속 그 특별함에 매달려서, 그래도 그 이상의 가치가, 나 따위한테는 없으니까, 언제까지 특별하게 있을 수 있을까, 모르겠고,”
둔감함과, 요령 있는 처세와, 사람 좋은 멍청한 웃음, 그런 많은 것으로 눌러 놓은 이사라 마오라는 인간의 마음 속, 그 가장 안쪽, 뚜껑을 덮어놓은 가장 여린 부분에 있는 감정은, 슬플 정도로 비참하고 작은 단어.
“무서워. 외로워, 릿쨩.”
언제까지 나를 가족이라고 불러주는 걸까.
목소리와 함께, 마오의 눈동자가 또 점점 번졌다. 누워 있는 마오의 눈물은 뺨을 흐르지 않고 깜빡임과 함께 속눈썹만 적셨다.
그 작은 물방울을 리츠가 말없이 닦았다. 따뜻한 손이었다.
“…나 말이야, 옛날에, 나는 혼자 두고, 눈부신 빛 아래서 태양처럼 웃는 마~군은, 낙원에 있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
“뭐, 야, 그게…”
“닿을 수 없는 세상이었다는 거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생각했는걸? 특히 봄 무렵에는 더 그렇게 생각했어.”
겨우 입을 연 리츠는 그런 것을 말하고 작게 웃었다.
이번에는 마오가 가만히 아무 말 없이 리츠의 말을 들었다.
“거기에 있는 마~군은 행복한 것처럼 웃고, 내가 갈 수 없는 낙원의 주민과 손을 잡고, 내가 모르는 낙원의 노래를 불러. 그게 정말 싫었어.”
“…….”
“하지만 그 저지먼트가 있던 날,”
리츠의 말과 함께 조금이지만 변한 목소리에 마오의 마음이 욱신욱신 아프고 뒤틀리는 것 같았다.
“스~쨩을 위해… 아냐, 틀려. 내가 있고 싶은 곳을 지키기 위해 스테이지에 섰을 때, 지금까지 한 번도 신경 쓴 적 없는 조명의 빛이라든지, 관객들의 박수 같은 것들이, 나도 처음으로 낙원 같다고 생각했어.”
리츠가 미소 지었다.
응, 알고 있었어. 그렇게 마오는 마음속으로 대답했다. 낙원에 있는 것 같아, 마오도 그 날, 리츠를 보고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말이야, 아아, 『낙원』이라는 건 이렇게 따뜻하구나, 지키고 싶은 게 늘어난다는 건, 이렇게 따뜻한 거구나, 생각하면서, 객석에서 마~군이 울고 있는 게 보여서,”
“어?”
“아아, 사랑스러워, 그렇게 생각했어.”
그 날 리츠가 자신이 있다는 걸 알았을 거라고 마오는 추호도 생각한 적이 없어서, 자기도 모르게 아연실색했다.
그런 마오의 놀란 얼굴을 사랑스럽게 웃으며 바라보면서, 리츠는 중얼거렸다.
“내가 살아가는 곳을 겨우 깨달아서, 보물이 늘어난 것도 알고, 낙원의 온기까지 알아서, 그래서 마~군도 언제나 이렇게 따뜻한 것을 안고 달리고 있던 걸까, 하고 생각하니까,”
리츠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여린 목소리가 그 떨림으로 한층 더 어린 울림을 갖고 마오에게 쏟아져 내렸다.
“마~군이 고른 길, 마~군의 낙원, 내가 모르는 노래까지 전부, 전부 소중하다고, 그렇게 생각했어.”
그렇게 리츠는, 마법의 주문을 흘렸다.
“왜냐하면 마~군은, 내 가장 소중한 보물이니까.”
리츠는 자신의 뺨을 감싼 마오의 손을 두 손으로 살짝 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갔다.
바짝 가져다 댄 마오의 손바닥이 리츠의 심장박동을 느꼈다. 그것은 똑바로 두근두근 소리를 내며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있다는 소리다. 마오는 그런 당연한 것을 생각했다.
“마~군과 만나서, 죽은 것 같았던 나는 바깥 세계를 알고,”
기도하듯 꼭 눈을 감은 리츠의 모습이, 그 날 스테이지 위의 리츠와 겹쳐졌다.
“그리고 지금, 많은 보물을 위해 움직이게 돼서, 뜨거울 정도로 맥박 쳐서, 마음이 잔뜩 부풀어서, 그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서,”
“……,”
“아아, 나는 마~군에게 심장을 받았던 거구나. 깨달았어. 그리고 그 심장을 중심으로 보물이 늘어나. 그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눈을 뜬 리츠가 스르르 웃었다.
그 날 리츠의 마음에 자신이 있었다니. 그 날, 환하게 웃은 그는 마오를 두고 간 게 아니었다는 건가.
마오는 견딜 수 없게 돼서, 리츠의 손을 잡고 일어나, 그대로 그를 마음껏 끌어안았다.
사랑스러움, 기쁨, 괴로움, 외로움, 많은 것들이 섞이고 섞여, 어찌할 바를 모르고 그렇게 하고 있었다.
“마~군?”
“외로워.”
숨을 쉬는 것처럼 말이 나왔다.
마오의 등으로 뻗으려던 리츠의 손이 멈췄다. 그리고 살짝, 만지면 부서질 것처럼 마오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었다. 마오가 정말 좋아하는 손.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해주고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외로운 걸까. 마오는 그렇게 혼잣말을 했다.
“…옛날의 나였으면 분명, 아까 낮에 마~군의 말, 그 때처럼 평범하게 화냈을 거야.”
불쑥 리츠가 말했다.
“그 때”가 언제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았다.
“나한테는 마~군 말고는 없는데 왜 그런 말을 해, 마~군 바보, 냉혈한이라고 분명 잔뜩 따지다가 삐져서, 이제 몰라, 꺼져버려! 라고 부루퉁해졌을 거야”
“…응.”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간단히 화내지 않아. 그것보다, 무서워졌어.”
사실은 그 때도 화낼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웃는 리츠의 얼굴은, 끌어안고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분명 나이에 맞는 서투른 눈을 하고 있다. 마오는 그렇게 생각했다.
“마~군이 말한 대로, 내 보물은 이제 마~군뿐만이 아니야. 마~군이 없어도, 분명 살아갈 수 있어.”
예상하고 있던 말이었지만 그것을 듣는 순간 마오의 가슴은 찔리는 것처럼 아파왔다. 어떤 모서리보다도 아팠다. 알고 있는 것이어도, 말로 들으면 이렇게 아프다. 아까 같은 말을 자신이 했을 때, 리츠도 이렇게 아팠을까.
“그러니까 이제 ‘나는 마~군이 없으면 죽어버릴 텐데 두고 가다니 너무해’ 같은 말 할 자격이 나한테는 없고, 게다가… 뭐랄까,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됐어. 마~군을 따라가는 것도 할 수 없고… 아아, 셋쨩이 걱정하게 하다니 일생의 불찰이야.”
마음을 놓은 표정으로 리츠 쓰게 웃었다. 아마 리츠가 이리로 오도록 등을 떠밀어 준 것은 세나일 것이다.
마오는 가슴이 아팠다. 그런 식으로 자신들을 신경 써준 세나에게도 지금 막 조금이지만 질투를 해버린, 자신의 속이 좁음에.
“하지만, 마~군이 없어지는 건 무서워. 그때보다도 훨씬, 훨씬 더 무서워.”
“…….”
“무서운 건 오히려 나야. 언제까지 마~군의 『특별』로 있을 수 있을까, 언제나 무서워서 참을 수 없어.”
리츠는 이제 그 때처럼 간단히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자도 이제 있을 수 없었다, 무덤에 돌아가기에 리츠는 빛의 세계를 너무 알아버렸다, 그를 향한 사랑을 자각해 버렸다. 소중했다. 사쿠마 리츠에게, 이사라 마오라는 존재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가 없어도 분명히 살 수 있겠지만, 그가 없는 세계는 무척 괴로울 것이다. 죽지는 않겠지만, 분명 자신은 무너져 버릴 것이다.
“낙원에서 사는 마~군이 정말 좋았어. 마~군의 소중한 것들, 전부가 아주 소중해. 방금 한 말도 거짓말이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말도 안 되는 고집일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미안해.”
리츠가 솔직하게 사과하는 것은 무척 드문 일이었다.
리츠는 마오의 머리를 쓰다듬던 손을 그의 등에 둘러, 부드럽게 마주 안고 속삭였다.
아주 작은 목소리였다.
“가지 마. 계속, 같이 있어줘.”
그런 건 고집이 아니야.
마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마오의 눈물이 겨우 주륵주륵 중력을 따라 떨어져, 리츠의 어깨를 적셨다.
떨어지고 싶지 않아.
그렇게 생각했다. 리츠가 자신과 같은 것을 똑같이 고민하고 무서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서 기뻤다. 안심했고, 그런 그를 더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외로움을 지울 수 없었다. 분명 리츠도 그렇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니 리츠도 이렇게 한심하고 끝없는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
“리츠.”
“응.”
“리츠, 사쿠마 리츠.”
“응.”
“릿쨩”
“…응.”
몇 번이고 대답해주는 리츠의 목소리에 마오의 마음은 묶여 있었다.
둘은 다른 낙원의 꿈을 꾼다.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이 손으로 더는 서로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했다. 서로 그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영원을 믿을 정도로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외로웠다. 나만의 것이 아닌 그도, 그만의 것이 될 수 없는 자신도.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분명 이 감정은 이제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추억은 멀어져서 작아진다. 그러지 않으면 늘어나는 소중한 것을 마음에 담아둘 수 없으니까.
시간은 멈춰주지 않는다. 그 때의 스테이지에서 레이가 리츠에게 한 말이 마오의 머릿속에 울렸다.
시곗바늘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그러니, 잃어버리고 싶지 않으면 계속 손을 뻗어야 한다. 아무리 무섭더라도.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곁에 있고 싶다면.
자신에게 그런 가치가 없을 거라고, 죄일 거라고, 이기적인 거라고, 그가 용서한다면. 이 마음이 죄가 아니라면.
“리츠의 가장 첫 번째[각주:4]가 되고 싶어.”
전부가 아니어도 좋으니, 다른 무엇이 소중해도 좋으니, 아무리 보물이 흘러넘칠 듯 늘어도, 그의 안에서 가장 빛나는 별로 있고 싶었다. 그가 세상에서 가장 기쁠 때, 스테이지에서 꿈을 이룰 때, 곁에 있는 게 자신이 아니어도 되니까, 낙원에서 살게 된 그가 정말로 지쳤을 때 돌아올 곳이 자신이었으면 했다. 반짝이는 보물로 넘치는 사랑을 받을 수밖에 없는 리츠의 세계, 그 마음 가장 안쪽의, 가장 여린 곳을 쓰다듬어주는 것은 나였으면 좋겠다.
리츠에게 가장 첫 번째 보물인 채 있고 싶었다.
그것이 마오의 가장 큰 고집이고, 벌이고, 하지만 무엇보다 큰 소원, 별의 말이었다.
하지만 마오의 절실한 소원을 들은 리츠는, 왜인지 작게 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키득키득 웃으며 몸을 잘게 떨었다.
“풋, 후후,”
“뭐, 왜 거기서 웃는 거야?”
“미안, 그, 그치만 내가 모처럼 잔뜩 참아서, 같이 있고 싶다고 소소한 소원을 말했는데, 마~군 욕심 많은 거 아냐? 후후, 후, 하하핫!”
“별로 상관없잖아! 진심, 이니, 까,”
억울해져서 리츠를 노려보려고 몸을 뗀 마오는 그대로 말문이 막혔다. 주륵주륵 정도가 아니었다. 리츠의 얼굴은 눈물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드문 정도가 아니라, 이 정도로 우는 리츠를 마오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봤다. 코와 뺨이 빨개져서는 억지로 웃음을 띠고 있는 리츠의 얼굴은 정말로 어린 애 같았다.
“으, 그러니까! 마~군은 자기 마음에도 아픔에도 둔하고, 자기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병적인 애정결핍이면서 아무 것도 말 안 하는 불쌍한 겁쟁이고!”
“심한 말을 하네.”
“그런 마~군의 고집을, 그 말을, 마~군이 ‘이해가 빠른 착한 아이’가 아니게 되는 순간을, 내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
“……,”
“정말이야, 마~군, 모두 마~군의 그런 이기를 바라고 있었어.”
마음이 뭔가 말로 할 수 없는 것으로 가득 차올라 터질 것 같아서, 마오의 눈은 또 그 마음의 조각을 방울방울 떨어뜨렸다.
마오의 이기를, 리츠는 죄이기는커녕 보고 싶었다고 말하고, 그러면서 울면서 웃고 있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런 것에서도 리츠는 가치를 찾아내 주겠다고 하는 건가? 폐를 끼치는 건 아닐까.
스스로 자신이 없는 마오는 솔직하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저 간지러운 것처럼 마음이 웅성거려서 어떻게 할 수 없게 된다. 그런 마오를 보면서, 리츠는 살짝 입을 열었다. 그 눈은 똑바로 마오를 꿰뚫고 있지만, 그런데도 약간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안 돼. 이 이기만은 내가 받을 거야.”
“응?”
“그 녀석들한테도, 안즈한테도, 절대 주기 싫어. 있잖아, 그 이기만은 내가 받아가도 돼?”
첫 번째이고 싶다고 마~군이 첫 번째로 생각할 상대는 나여야 해.
그렇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게 왠지 우스워서, 마오도 웃음을 짓더니 크게 끄덕였다. 동시에 눈물이 또 잔뜩 떨어졌다. 눈물샘이 고장 나 버린 걸까.
“…받아주는 거야?”
“당연하지, 첫 번째가 아니었던 적이 없어. 마~군이 생각하는 것보다도 훨씬 더 나한테는 마~군이 소중해.”
바보. 내가 할 말이야.
나, 아무한테도 외롭다고 진심으로 말한 적 없어. 그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고, 정말로 외로울 리 없다고 생각했어. 외롭다고 알지도 못했어. 리츠가 메워주었던 당연한 것들이 얼마나 따뜻한지, 사실은 외로운 내 마음을 구원해 주었다는 것도 계속 모르고 있었어.
“마~군, 눈물 엄청나네.”
“너도 남 말할 게 아니거든! 왜 그렇게 울고 있는 거야.”
“그걸 모르겠어. 모르겠, 지만, 왠지, 나도, 멈추지 않아서,”
마오의 눈물을 보고 리츠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또 투명한 물방울을 주륵주륵 떨어뜨렸다. 그것을 보고 마오의 눈물도 또 점점 차올랐다. 둘이서 울면서, 서로 뺨을 닦은 손은 비라도 맞은 것처럼 흠뻑 젖어있었다.
“이렇게 울고, 우리들, 왠지 바보 같겠는걸.”
“있지. 아까까지 나, 자면서 우는 마~군을 보고 아아, 낙원에서 사는 마~군은 이제 내 일로는 하나도 울어주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설마 그래서 일어났을 때 너도 울고 있던 거야?”
“음─, 반 정도는 맞혔지만 반은 틀렸어. 정답은 비밀.”
그게 뭐야. 궁금한 기색을 비치는 마오에게 리츠는 미소 지었다. 리츠도 제대로 말로 할 수 없었다.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을 봤을 때, 그를 생각할 때의 그 감정을. 자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이 좋았다. 사랑스럽고, 괴롭고, 쓸쓸해진다. 언제까지 나는 이 얼굴을 독점할 수 있을까, 하고 리츠는 수도 없이 생각했다.
쓴 맛도 단 맛도, 괴로움도 상냥함도 있는 이 감정은 한 마디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아아, 외로워라, 마~군.”
“……응, 외로워.”
“하지만 외롭다는 거, 사랑스러운 거랑도 닮았어.”
리츠의 그 말은 마법처럼 마오의 마음에 쏟아져 내렸다.
아아, 확실히 그랬다. 그렇다면 이 외로움을 『사랑스러움』이라고 불러도 되겠다고 마오는 잠깐 생각했다.
“마~군, 좋아해. 사랑해, 아마.”
“아마라니 뭐야.”
“사랑해, 로는 부족해. 조금 달라. 하지만 그 이상의 말이 이 세상에 없으니까 그렇게 말한 거야.”
“…너, 진짜, 그런 게 치사하다는 거야.”
“있잖아, 마~군은? 내가 소중해?”
좋아해? 아니면 사랑해? 그것도 아니면, 하고 물어오는 그가 참을 수 없을 만큼 귀여워서, 그런 점이 리츠답고 사랑스럽다고 웃었다. 그렇게 숨을 들이마시고, 소중하게 말했다.
“정말로 소중해. 보물이잖아. 알고 있어? 나, 보물은 소중히 한다는 거.”
절대, 절대로, 소중하게 대해.
마오의 그 말에 리츠가 눈을 크게 떴다.
“기억하고 있었어.”
살짝 떨리는 작은 중얼거림만 내어놓고, 또 그 보석 같은 눈에서 사랑이 흘러내렸다. 따뜻한 비였다. 쏟아져 내리는 상냥한 비. 외로움과 안타까움과, 아픔과 사랑스러움과, 상냥함이 녹아담긴 비.
리츠의 손이 마오의 뺨에 닿았다. 그제야 마오는 자신이 제법 뺨을 적시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어렸을 때보다 한참 커진 리츠의 손바닥이 옛날보다 훨씬 따뜻해진 온기를 가지고 마오를 감쌌다.
그 때와 비교하면 이제 여러 가지가 달랐다. 계속 변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내가 모르는 그가 늘어날 것이다.
그래도 손을 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변하지 않는 그 마음이 마오의 가슴 속에 별처럼 계속 반짝이고 있었다. 앞으로도 둘은 소꿉친구, 무척 소중한 첫 번째 보물. 변하는 것도, 변하지 않는 것도, 모두 사랑스러운 비가 되었다.
마오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외로움과 사랑스러움, 모두 끊임없이 쏟아져 내렸다. 리츠의 젖은 뺨에 손을 뻗었다. 따뜻한 온기, 뜨거울 정도의 그 온도에 그의 심장박동이 들려오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 심장에 내가 있었다. 곁에 있고 싶어, 넘겨주고 싶지 않아. 사랑하는 사람.
리츠가 천천히 가까워졌다. 두 개의 심장이 겹쳐졌다. 눈물이 하나로 더해졌다. 비는 아직 멈추지 않았다. 맞닿은 공기가 여리게 떨렸다. 두 사람만이 알고 있는 어렴풋한 떨림.
아아, 낙원 같아. 마오는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