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를 덜 연 채로 쓰는 것이라 캐붕의 요소가 많습니다! 특히 호칭과 말투, 관계가 덜 파악 됐고, 캐릭터 해석이 무척 주관적이니 불편하신 분은 창을 닫아주세요!
“호쿠토, 생일 축하한다.”
어쩐지 아침이 호화롭더라니, 달걀말이를 하나 집어 들자마자 그런 말이 들렸다. 무슨 반응을 하면 좋을지 알 수가 없어서 달걀말이를 그대로 삼키고 우물쭈물 고개를 끄덕였다. 밥을 먹으며 달력에 눈길을 주니 12월 17일이다. 매년 한 번씩 있는 날이다. 솔직히 말하면 그는 나이를 먹을수록 생일의 중요성 같은 것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 때문에 호쿠토는 밥을 다 먹고서도 축하에 대답하지 못했다.
목도리를 두르고 학교로 향하니 당연하다는 듯 스바루가 와서 목에 팔을 둘렀다.
“홋케! 좋은 아침!”
평소처럼 넉살이 좋다. 호쿠토도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하자 스바루는 생각난 것처럼 그의 등을 팡팡 두드리며 소리쳤다.
그러더니 스바루는 혼자서 먼저 달려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아마도 마코토와 마오를 찾으러 가는 것이리라. 그 셋은 너무 텐션이 높다.
스바루가 뛰어가거나 말거나 호쿠토는 평소 걸음대로 느긋이 교문으로 걸었다. 달려가던 스바루가 한 번 몸을 돌려 그를 보고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홋케! 좀 웃어!”
생일은 자신인데 유독 그가 신이 나 보였다. 남의 생일까지 저렇게 즐거워하는 사람이 있다니, 그것이 부럽기도 해 호쿠토는 피식 웃었다.
교실에 들어가 앉자 소마가 계속 자신을 기웃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마코토와 스바루는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그것에 낄까 생각하다가, 그것이 분명 자신의 생일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 뻔해 얌전히 자리에서 턱을 괴었다. 계속 흘긋거리던 소마가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아도니스 역시 호쿠토의 책상 앞에 서서 묵직한 무언가를 던졌다.
“아도니스 공, 이러는 게 어디 있소!”
“네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함께 축하해주기로 하지 않았소. 혼자 먼저 하다니, 반칙이오.”
저들이 왜 저러나 싶어 아도니스가 던진 것을 확인하니 포장도 뜯지 않은 단팥빵이었다. 받아들고 어리둥절해있자 아도니스가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그건 아도니스 공과 함께 산 것이오. 히다카 공의 생일 선물이오!”
단팥빵을?
“단팥빵은 승자의 맛이니까. 이걸 먹고 너도 크고 건강해지는 거다.”
“생일 축하하오! 많이 먹고 건강해야 하오.”
말하는 걸 보면 둘이 꼭 닮았다. 단팥빵이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먹으며 보자 스바루와 마코토는 나가고 없었다. 아마 마오를 찾으러 갔을 것이다. 단팥빵을 다 먹고 나서 잊고 있던 부활동이 퍼뜩 떠올라 연극부실로 향했다. 아마도 자신밖에 믿을 게 없는 후배와 기인인 부장도 생일을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연극부실은 어쩐 일인지 조용했다. 기인인 부장과 그 부장을 피해 다니는 후배가 늦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생일을 기억 못해준다면 조금 더 편할 것이다. 하지만 호쿠토가 무대에 올라가자 갑자기 조명이 확 들어온 것은 조금 놀랄 일이었다.
전체 조명은 아니었다. 핀 조명 하나가 호쿠토를 쏘고 있었다. 그가 눈을 가리며 조명을 노려보자 다른 곳에 팟, 또 조명이 들어왔다. 그것은 호쿠토가 선 무대의 반대 방향을 비췄고, 그제야 그는 거기 선 사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호쿠토 선배, 생일 축하드려요…….”
부장을 기피해 자신을 극진히 따르는 후배가 치렁치렁한 옷을 입고 있었다. 아마도 혼자 그랬을 리는 없다. 당황한 표정으로 조금 더 두리번거리니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것이 분명한 생일축하 노래가 흐르고, 세 번째 포인트 조명이 켜지더니 와이어를 단단히 매단 부장이 폭죽을 터뜨리며 천장에서 두 사람 사이로 내려왔다.
“Amazing! 호쿠토 군, 생일인데 뭘 좋아하는지 미리 말하지 않고요! 그래서 제 마음을 깊이 담아 힘써서 준비했답니다!”
“이, 이런 옷은 호쿠토 선배가 보고 싶어 한 거라면서?!”
또 뭔가 한 모양이다. 그것까지는 알 방도가 없다. 토모야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렇게 놀라움이 넘치는 연극부라니, 얼마만입니까! 아, 선물은 이거, 받아주십시오. 비둘기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응하는 것은 무리이다. 당연하지만 와타루가 준 비둘기는 창문을 열어 날려 보냈고, 토모야가 준 과자를 한 아름 받고서 부활동 시간은 끝났다.
유닛 대기실 앞에서 호쿠토는 잠시 생각했다. 자신이 토모야에게서 받은 과자를 멤버들과 나누어 먹고… 그리고 또 그들은 뭔가 하겠지.
문을 열자 스바루와 마코토, 마오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 칠판 쪽은 무언가 가득 쓰여 있고, 풍선이나 종이로 접은 꽃 같은 것들이 붙어 있었다. 호쿠토가 들어오자 그 세 사람은 한 소리로 입을 모아 생일을 축하한다고…
“이런 거 말이야. 아무래도 조금… 내가 받을 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아니, 좋아. 물론 생일을 축하받는 건 고마운 일이지. 하지만 내가 너희와 같은 반이 되었다든지, 같은 유닛, 같은 부활동을 들게 된 건 다 올 한 해의 일이고, 우연뿐인 것도 있고. 매년 한 번씩, 세상이 멸망할 때까지 항상 있을 날이란 말이야. 그렇게까지 의미를 둘 날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홋케! 일단 생일 축하부터 마저 할게. 웃키, 사리, 준비는 됐지? 생일 축하해, 홋케!”
“생일 축하해, 호쿠토!”
“생일 정말 축하해, 히다카 군.”
계속 생각해오고 있던 것이 그 단순한 말에 막혀 사라졌다. 마오와 마코토가 양 옆에서 폭죽을 터뜨리고 스바루가 초를 꽂은 케이크를 내미는 동안 앞문이 열리면서 호쿠토가 알고 있는 모든 학생이 밀려들 듯 안으로 들어왔다.
“뭐 어때, 세계가 멸망할 때까지 매년 이 날이 와도. 우리가 같은 유닛이 된 게 우연이어도, 이제부터 우리는 전부 다 히다카 호쿠토의 생일을 운명적으로 축하할 거야!”
케이크에 꽂은 초에 불을 붙이며 스바루가 말했다. 케이크 위에는 파랗고 희고 빨간 별사탕이, 마치 나중에 뿌린 것처럼 올라가 있었다.
그렇구나. 호쿠토는 웃었다. 그리고 케이크의 초를 불면서 지금까지 받은 축하에 대한 대답을 떠올렸다. 나도 너희를 정말 좋아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