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릭스타 교류회 Stardust에 가져갔던 원고를... 웹공개합니다. 당시 여러가지로 바쁘게 마감을 한 것 치곤 재밌는 것 같기도 하다는 착각에 휩싸여 그만...
교류회 계정을 쓱 다 훑어보고 왔는데 역시 웹공개가 안 된다는 말이 없어서 공개합니다! 만약 문제가 있다면 내리겠습니다.
전학생의 시점으로 트릭스타(주로 스바루) 올캐러 개그물입니다. 모브 학생이 제법 비중 있게 등장합니다.
문단 사이의 띄움은 웹상에서의 가독성을 위한 조치로 인쇄본에서는 없습니다!
“큰일 났어! 살인이야!”
이 근처에서 평화롭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유메노사키 학원의 교정에서 그런 외침이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기점으로 유메노사키 학원의 청춘은 어딘가 미쳐 돌아가기 시작했다.
살인 사건이라니, 어디의 탐정 학원이나 명탐정이 다니던 고등학교도 아니고 아이돌 학원인데. 안 그래도 고삐 풀린 이 학원의 청춘에 살인사건까지 끼어든다면 정말 걷잡을 수 없게 된다. 그렇게 생각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보통 살인이라는 것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그러다 다시 고개를 저었다. 생각해 보니 살인범들은 알리바이 공작이라든지 때문에 꽤 장소도 시간도 가리지 않던가? 즉 여기에서 사건이 일어난 건 범인이 꽤나 생각을 거듭한 탓인가? 만약 우발적 범행이라면 얘기가 다른아야.
앞을 보자 호쿠토가 있었다. 가볍게 부딪힌 모양이다. 호쿠토는 부딪힌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지 다른 이야기를 했다.
“안즈, 앞을 보고 다녀. 시체를 밟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호쿠토! 넌 그 말이 사실이라고 생각해? 난 아무리 생각해도 역시 오해나 장난이 아닐까 싶은데. 그 목소리, 스바루였으니까…….”
침을 꼴깍 삼키고 강당 문을 열었다. 스바루가 망연히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 앞에는 흩뿌려 놓은 것 같은 붉은 액체와 익숙한…… 입을 열면 소리가 나올 것 같은 감각을 억누르며 가까이 다가갔다. 그 형체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누구도 아니길 바라며……
……마네킹이잖아.
“안즈, 왔구나.”
스바루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마네킹을 바라보았다. 눈에 띄는 특징 없이 얼굴이 있을 곳에 유성 매직으로 모노노헤가 그려져 있는 것이었다. 익숙하다 했더니 비품실에서 본 적이 있었다.
“이건…….”
“모브야.”
그렇군요.
아니, 이래서야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잠자코 스바루의 말을 들었다.
“모리나가 마나부. 그래서 모브야.”
“아는 사이야?”
스바루가 비품실에 드나드는 줄은 몰랐다. 마네킹에 이름까지 지어주고 친해질 줄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페인트 냄새가 난다. 피인 척 뿌려져 있는 것은 페인트인 모양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페인트 냄새를 계속 맡고 있으면 건강에 좋지 않다. 그 영향도 있는 게 아닐까?
그러거나 말거나 스바루는 침통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친구야.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해서, Trickstar를 뛰어넘는 유닛을 꾸리겠다고 했어.”
그런 설정이 있는 마네킹인 줄은 몰랐다. 이 학원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나는 상황이 영 파악되지 않아서 말실수라도 할까 걱정이 되어 스바루의 얼굴을 살폈다. 울고 있지는 않았지만 마치 Ra*bits의 첫 무대를 봤을 때처럼 놀란 듯한 얼굴이었다.
“모브에게 이런 짓을 한 녀석을 절대 용서 못해. 법치주의에 의거해 정당한 재판을 받고 형벌을 받게 하겠어!”
“아케호시, 조금 진정해. 지금 너무 흥분했어.”
아주 진정해 있는 것 같았는데?
어느 새 호쿠토가 들어와 스바루를 일으켜 세웠다. 스바루는 고개를 돌리진 않았지만 따라 일어났다. 어느 새 강당 앞에는 학생들이 몰려들어 있었다.
나는 나가는 두 사람을 따라 강당 밖으로 향했다. 모브 마네킹은 처음 그대로 그 자리에 남겨진 채였다.
“범인이 잡힐 때까지 방과 후 연습은 없는 걸로 정해졌어. 부 활동도 한동안 중지, 학생회는 예외지만.”
교내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면 당연한 조치다. 솔직히 정확히는 한동안 휴교령이라도 내려야 하는 게 아닌가 싶지만 이번 사건에 한해선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너무하네, 우리 학교… 모리나가 군이 연고가 없다는 걸 이용해 신고도 하지 않고. 아무리 나쁜 소문이 나면 이미지에 영향이 생긴다고 해도 말이야…….”
연고가 있을 것 같지는 않았지만 그런 설정이었구나. 이 학교 정말 상상 이상으로 어둠의 학교였다. 휴교령도 같은 이유로 내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알겠지, 우리 연습도 한동안 방과 후에는 없을 거야. 라이브도 안즈가 손을 써서 조금 미루게 되었어. 모리나가의 일은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더 큰 피해가 생기면 곤란해. 모두 바로 집으로 돌아가도록 해.”
“하지만 홋케.”
스바루가 일어났다. 두 손은 주먹을 꼭 쥔 채, 울음을 참고 있었다. 호쿠토는 예상했다는 듯이 스바루를 마주 보았다.
“나는 참을 수 없어! 모브에게 그런 짓을 한 사람을…….”
“네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돌이야. 그리고 아직 고등학생이지. 상대가 무장한 성인이라면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어.”
“그렇지만 학생회는 수사를 한다고 들었어, 아까 사리한테!”
아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쿠소 학교잖아. 고개를 들어 마오를 보자 한숨을 쉬는 것이 보였다. 우와아, 진짜 쿠소. 교직원은 뭣하러 있는 거야, 이런 거 안 말리고.
호쿠토도 마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마코토도 놀랐는지 벌떡 일어났다. 이건 학교가 아니다, 아이돌 육성 망령이지.
“너희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회장의 독단이 아니라 이사장 쪽에서 내려온 지시니까 말이야.”
“아니, 여기 아이돌 학교잖아.”
“당장 교육청에 신고하겠어. 아니면 이사장과 담판을 짓겠다.”
“히다카 군, 일단 경찰에부터 신고하는 게 어때?”
맞는 말만 우르르 쏟아져서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말이 모두 끝나기를 얌전히 기다린 스바루가 연습실을 나갔다. 그대로 집에 가면 좋겠지만 어디로 갈 지는 눈에 훤했다.
“아케호시!”
“아케호시 군!”
“좀 기다려, 스바루!”
“진정해, 스바루!”
아까는 그렇게 침착하게 법의 심판에 맡긴 댔으면서 과정은 다소 진정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법의 수호자 민중의 지팡이 어메이징 경찰이라는 직업이 세상에 있습니다!
“부검은 이미 히비키 선배가 하고 있으니까…….”
“뭐, 면허는?!”
“고등학생이 그런 걸 하는 시점에서 아웃이야!”
면허가 있어도 이상하다. 히비키 선배라면 분명 있을 것도 같은데 그럼 더 이상하다. 몇 살부터 공부를 하면 면허를 딸 수 있지? 지금 설마 마피아 게임 중인가? 그럼 1초만에 의사가 될 수 있다. 부검의는 좀 다른가.
멈추지 않는 스바루를 따라 중간부터 마오의 안내를 받아 학생회실에 도착하니 역시 별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어라, 아직 귀가하지 않았니?”
“회장, 그게…….”
토리의 눈을 가린 유즈루가 부르는 자장가 같은 노랫소리가 가장 먼저 귀에 들어왔다. 토리에겐 견디기 어려운 장면일 것이다. 학생회의 큰 책상 위에 알몸의 마네킹이… 음, 이상할 것 없는 단어인데 왜 이렇게 이상하게 들리지. 아무튼 알몸의 마네킹이 배가 절개된 상태로 놓여 있었다.
“윽…….”
함께 온 네 남학생도 고개를 찌푸리거나 돌렸다. 부회장의 안색도 영 좋지 않았다. 이건 저 카페인 음료 탓인가. 그 상황에 가만히 눈을 뜨고 있는 fine의 세 명은 대단하구나. 나야 마네킹으로 보이니까 괜찮지만.
“여기는 별로 보고 있어서 좋을 게 없을 것 같은데. 어서 돌아가는 게 좋을 거야.”
“나도 수사를 하게 해줘.”
“아케호시!”
“모브를 저렇게 만든 사람을 용서할 수 없어. 적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이유를 물어봐야 해!”
“아케호시, 네가 위험해지면 걱정할 사람들을 생각해!”
“홋케…… 걱정해주는 건 알지만, 난 지금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수 없어. 이대로 집에 돌아가면 온통 어두운 생각밖에 안 들게 될 거야. 아이돌로서의 나를 위해서라도, 나는 진상을 알아야 해.”
분위기가 영 좋지 않다. 회장은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둘의 대화를 듣고 있고, 표정은 다르지만 마코토와 마오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히비키 선배는 배를 짼 마네킹을 도로 꿰매고 있었고 유즈루는 난처한 얼굴로 가벼운 싸움을 시작한 두 사람을 보고 있었다.
어쩔 줄 모르다가 유즈루 옆에 가 앉았다. 토리의 손을 잡고 달래다 보니 그 사이에 호쿠토와 스바루의 언쟁은 잦아들어 있었다.
“좋아, 아케호시. 수사에 참가하는 건 허락하지.”
“응? 내 허가는?”
“대신 우리 Trickstar도 같이 한다.”
“응? 내 의견은?”
회장의 기쁜 듯한 이의와 마코토의 당황을 무시하고 스바루는 호쿠토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학교 이대로 괜찮은 거냐…….”
부회장이 앓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아무튼 학생회+Trickstar+유즈루+히비키 선배+나-마오로 이루어진 수사단은 활동을 개시했다. 이런 지시를 내렸음에도 이사장은 교육기관의 대표로, 실제로 하는 일은 (부검을 빼면) 교내 순찰에 가까웠다. 경비원이 있잖아? 있지 않아? 이 학교엔 있는 게 뭐지?
한숨을 쉬며 열 명이 손전등을 들고 우르르 몰려다니는 상태를 돌아보았다. 우와, 정말 위협적인걸. 학생회실에서는 떠느라 제대로 대화를 나누지 못한 토리도 쪽수를 보자 다소 의기양양해졌다.
나는 여기에 있을 이유까지 없기는 했지만 물가에 내놓은 것 같은 아이돌을 그냥 두고 갈 이유도 안 되었다. 어차피 이따 집까지 데려다 줄 테니 차라리 함께 있는 쪽이 안심이었다. 집에도 전화해 두었다. 연습으로 늦게 귀가하는 일이 많았으니 의심받지도 않았다.
하지만 스바루가 바라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겠지. 열 명이 몰려다니면 총기를 소지한 미치광이가 아닌 이상 피해가기 마련이다. 총을 가졌어도 피할 지도 모른다.
“저쪽 구석 화단까지만 돌아보고 오늘은 귀가하는 거야. 알겠지? 내일은 학교에 압력을 넣어서라도 제대로 신고할 테니까, 아케호시 군도 너무 미련 갖지 않도록 해. 모리나가 군도 그걸 바라진 않을 거야.”
“……알겠어.”
투덜거리면서도 스바루는 손전등을 들고 모퉁이를 향해 뛰어갔다.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호쿠토는 영 불안한지 그 뒤를 따라붙었다.
그리고 모퉁이에서는 갑작스런 몸싸움 소리가 들렸다.
“잡았어! 수상한 사람이 있어! 칼을 들고 있어서 우선 떨어뜨렸어!”
“아케호시, 그 쪽 팔을 잡아! 일단 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게 우선이니까!”
“진짜 범인을 벌써 잡은 거야?!”
“범인이 아직 학교에 있었어?!”
“아니, 범인이 맞긴 하대?”
그런 말은 못 들었지만. 다른 여덟 명도 달려 모퉁이를 돌았다. 예상한 장면이 그대로 펼쳐져 있었다.
“에이치, 지금 신고할 테니 일단 멀리 떨어져 있어라. 이사라, 후시미, 히다카와 아케호시를 도와. 유우키랑 안즈는 히메미야와 에이치를 보호해!”
정말 첩보물이나 형사물 같은 전개였다. 다행인 점은 우리가 열 명이라는 것이겠지. 성인 남성이었지만 건강한 남학생 네 명이 달라붙어서 제압하니 얄도 짤도 없었다.
조금 시간이 있었지만 부회장이 경찰을 부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상황은 종료되었다.
이튿날 학교는 한 가지 화제로 시끄러웠다. 살인범을 잡은 학생 열 명… 너무 많은 수라고는 생각한다. 하여튼 그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범인의 동기는 무척 하찮은 것으로, 아이돌 학교에 몰래 잠입했다가 모리나가에게 들켜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던 것이다. 우발적으로 칼을 들고 다니나… 의문이 남았지만 이 부분은 경찰에서 알아서 해줄 것이다. 우리는 학생이니까.
그리고 경사스럽게도 모리나가 마나부는 다음날 무사히 등교했다. 그야 어제 죽은… 건 마네킹이었으니까. 사건 당일 조퇴해 변고가 없었다고 한다. 다른 애들의 말에 의하면 히비키 선배의 어메이징한 의학 덕분에 부활했다고 한다.
그러게 처음부터 사건도 아니었던 일이지만, 덕분에 학교에 침입한 괴한을 잡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 좋은 일이겠지. 표창장도 받게 되었고.
다음 드림페스에는 탐정 컨셉을 도입해 볼까… 문득 좋은 생각도 나게 되었으니, 하루 동안의 왁자지껄한 사건이 나쁘지 않았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