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사망 소재가 있고, 캐릭터 해석이 무척 주관적이라 거부감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불편하시면 닫아주세요.
밤이 다 되었을 것이다. 시간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달리 이유가 있지는 않다. 아침 뉴스 일기예보에서 오늘이 동지라고 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누워서 올려다보는 하늘은 어째서인지 멍이 든 보랏빛이다. 그마저도 가려서 온전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소꿉친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마치 울 것 같은 얼굴이다. 무릎을 꿇고 있는데도 자신을 내려다볼 수 있다는 것은 아무래도 질투가 나는 일이다. 고작 일 년일 뿐이지만 아예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금은 누워있기 때문이겠지만.
애매한 높이였기에 정신을 잃지는 않았지만 제법 아팠다. 제법 굴렀기 때문이겠지. 소꿉친구가 손을 뻗더니 도로 거두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 군……, 미안해.”
뭐가 미안하다는 건지는 듣지 않아도, 묻지 않아도 안다. 그가 방금 자신을 밀쳤으니까. 그 탓에 내려다보고 있던 풍경의 높이로, 그 아래로 떨어졌다. 늦은 시간이라 목격자는 없었다. 악의가 없었음은 안다. 그 곳에서 말싸움이 조금 있었을 뿐이고, 그 또래가 싸우고 나면 그러듯 밀쳤을 뿐이다. 이 높이를 잊고 있었을 뿐이지. 아차, 하는 표정으로 다시 손을 뻗은 것도 안다. 그의 손이 허공을 손을 잡으려는 듯 허공을 한 번 휘젓고, 그것이 실패하자마자 얼굴에 떠오른 표정을 보았다. 그것을 가장 잘 표현할 단어가 있다고 한다면 아마 절망이리라.
떨어지고 나자 자신이 어디 있는지도 몰랐다. 전부 다 꿈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건 아픔만으로도 알았다. 잠시 끊어지듯 울음소리를 내던 소꿉친구가 마저 말을 내었다.
“정말, 정말, 미안, 해…… 마, 군, 용서 해… 줘…… 미안해… 미안, 미안……. 말, 말 못한 게, 있어…….”
이 말의 의미는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우는 얼굴은 어렸을 때 이후로 정말 처음 보는 것이라, 지금까지 돌봐주던 입장에서는 무척 보기 괴로운 것이었다. 그래서 손을 뻗었다. 무척 아팠지만, 한숨을 내쉬고 한 마디 할 수는 있었다.
“울지, 마…….”
하지만 뻗은 손이 닿지는 않았다. 그러는 동안 흐느끼는 목소리가 계속 말했다. 그 동안 말하지 못한 것을.
어느 날 리츠는 자신이 무척 기묘한 법칙에 휘말려 있음을 알았다. 그것을 알게 된 계기는 문자로는 간단한 것이었다. 눈앞에서 사고가 있었다. 현대에 들어서는 무척 흔한 사고였다. 골목 하나를 지날 즈음, 여전히 졸면서 걸음을 옮기는 자신을 보고 몸을 돌려 되돌아오는 소꿉친구를, 트럭 한 대가 덮쳤다. 자신은 하품을 하느라 아래를 보고 있었는데, 굉음에 고개를 들자 잔소리를 하며 다가오던 마오는 보이지 않았다.
리츠는 상당히 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큰 소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고, 전봇대에 들이받고서야 멈춘 트럭 기사가 문을 열고 기어 나오고, 사이렌 소리가 들릴 때까지 마오가 사라진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움직이지 않았다.
경찰이 오고야, 사고의 경위가 밝혀졌다. 브레이크 고장이었다고 한다. 그들은 사고가 난 자리에 못 박힌 듯 서있는, 같은 교복의 학생에게 그것을 전했다. 아마도 상당히 조심했을 것이다. 무척 배려해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잘 모르겠다. 내용만이 기억난다.
―이사라 마오는,
무시무시한 선고를 받는 상상을 했다. 망상이라고 하는 것이 가까울 것이다. 꿈일지도 모른다. 지금은 상상에서 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은 채로, 마오가 뛰어와 자신의 팔을 붙잡고 학교로 이끌었다. 멈추지 않는 트럭도, 사이렌 소리도 어디에도 없었다.
서서 자는 동안 꿈도 꿀 수 있다니, 자신의 졸음을 과소평가한 모양이다. 마오에게 이야기를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무래도 재수 없는 이야기이다. 본인에게 하면 더 기분 나쁠 것이다. 하지만 워낙 생생해서, 떠오를 때마다 알레르기를 겪는 것 같았다. 부서진 트럭에서 나던 불과 쇠와 타는 기름의 냄새가 기억에 남아있었다. 사람을 치어 죽이고도(물론, 고의성은 없었다) 자신은 크게 다치지 않고 재앙에서 도망쳐 나오던 운전사의 표정도 기억했다. 잊어버리려고 해도, 전봇대를 들이받던 트럭의 소리는 워낙 큰 것이라 쉽게 그럴 수도 없었다.
대신 마오가 돌아오면 또 그를 붙잡고 또 실없는 소리나 하자. 그러면 금방 잊혀질 것이다. 아까 학생회에서 불러냈다고 해서 나가고 아직 돌아오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건 조금 늦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신카이 카나타가 물놀이를 하기 위해 분수대에 들어갔을 때 발견된 마오에 대한 이야기가 리츠의 귀에 들어간 것은, 하교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서야, 해가 기웃거리기 시작해 혼자서도 움직일 수 있을 때였다. 익사체라는 게, 카나타의 장난감인 줄만 알았지.
세 번째쯤 되자 꿈이 아닌 것을 알았다. 망상도, 환상도 아니다. 이것은 사실이다. 자신만 겪는 진실이다. 시간이 반복되고 있다. 한 번 마오가 죽으면, 자신에게 죽었다는 사실이 확실히 선고되면, 그 바로 직전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그 사고(이따금 사건일 때도 있었다)는 없던 것이 되고, 조금 안심할라 치면 새로운 종류의 죽음을 겪어야 했다. 사인 자체는 중복되어도 그것에 이르는 과정은 매번, 매번. 수십, 수만,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수조,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체감으로는 그것보다 더한, 수없이 많은…….
몇 번째인가부터 리츠는 마오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너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인가 하는 원망과 단 한 번도 구하지 못했구나, 하는 죄책감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화는 싸움으로 번져서 둘은 서로를 지독히도 긁어놓았다. 리츠 쪽에서 퍼뜩 정신이 들어서 그것을 사과하거나, 둘이서 화해할 마음을 먹게 되면 빌어먹을 법칙이 마오를 죽여 놓았다.
리츠는 낮에도 잠을 이룰 수 없게 되었다. 이번까지 몇 세계의 이사라 마오를 살리지 못했는가. 자신은 언제까지 이것을 보아야 하는 것인지. 그 끝에 리츠는 마오를 구하는 것 말고 한 가지 더, 이 법칙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았다.
“너한테… 마, 군에게…… 이 얘기를 하면 돼……. 그러면, 결과가 어떻든 간에, 끝나게 된다고……. 다시는 너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지만……, 미안, 미안해, 마 군……. 나…… 더, 는, 못… 하겠어…….”
그것을 들었다. 고통스럽게 날짜를 반복하는 리츠의 목소리를 들었다.
생각보다 빨리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살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걱정되는 것은 리츠이다. 저렇게 울다가는 쓰러질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야 누군가 발견했는지 비명소리가 머리를 울렸다. 자기 손을 잡고 통곡하는 리츠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그럴 만한 기운은 없었지만, 이번엔 손이 닿았다.
리츠는 무척 기묘하고 잔인한 법칙에 휘말려 있었다. 요약하자면 그것은,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그의 눈앞에서 무참히 죽고, 리츠가 그것을 확신하면, 그가 죽기 직전으로 돌아가 그 고비는 넘기되 다시 새로운 방법으로 죽는 것을 반복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 마오가 죽은 것은 심지어 리츠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말했을 텐데. 더는 그 끔찍한 반복을 견딜 수가 없어서, 차라리 끝내버릴 셈으로 말했을 텐데, 학교에서 마오와 마주쳤다.
어떻게 해도 벗어날 수 없다면, 하고 리츠는 생각했다. 마오가 웃으면서 리츠 쪽으로 다가왔다. 인사를 하는 것처럼 손을 흔들었다. 곧 수업 종이 울릴 시간이다.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 같았다.
그러면 딱 한 번 정도는 내가 죽여도 좋지 않겠어.
코앞까지 다가온 소꿉친구를 밀쳤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이고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던 사람이라 그래도 망설일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수백 번은 더 죽어온 마오를 죽이는 것은 무척 간단했다. 고맙게도 마오는 크게 반항하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