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마 형제. 커플 요소 없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흡혈귀인 리츠와 흡혈귀인 척 하는 레이.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캐릭터 해석, 호칭그런데 다 쓰고보니 부르는 경우가 없네 등에 오류가 있을 지도 모릅니다.
민감하신 분은 창을 닫아주세요.
사쿠마는 불면을 겪었다.
밤이라면 그것은 그에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낮 동안 그는 비 맞은 뻐꾸기처럼 꾸벅꾸벅 졸면서 시간을 보냈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것이 사쿠마였기 때문이다.
어떻게 깨워서 학교에 보내놓으면, 또 중간에 나오는 것은 귀찮은 일이었기 때문에 수업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는 않았다. 수업을 잘 듣는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러다 해가 기울 시간이 되면 그제야 아침과 낮에 못한 만큼 멀쩡히 깨어서, 보통 사람들이 낮에 하는 일을 모두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가곤 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 불면에 시달리는 시간은 낮이었다.
소꿉친구가 깨우러 오기 전부터 깨어서, 현관에 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이사라는 당황하면서 사쿠마를 데리고 학교로 향했다.
“네가 매번 이렇게 멀쩡하면 굳이 데리러 오지 않아도 될까봐.”
이사라는 그것을 듣고 사쿠마가 섭섭해 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불면 탓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운 사쿠마는 깨어 있음에도 그의 말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이래서는 자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이사라는 한숨을 쉬면서 사쿠마를 제 자리에 앉힐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수업 내내 사쿠마는 깨어 있었다. 그 날의 명물을 보려고 안즈를 포함해 제법 많은 학생들이 2학년 B반을 굳이 찾아왔다. 하지만 사쿠마는 그 중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동안 그는 내내 생각했다. 잠의 갈증이 올 만도 한 깊은 생각이었다. 평소라면 생각도 해보지 않을 문제였다. 사쿠마는 사쿠마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쿠마 리츠와 사쿠마 레이에 대해서.
사쿠마는 태어날 때부터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달랐다. 분별 능력이 생겨 자신이 그것을 자각한 것은 고등학교에 들어오고 나서였다. 아침형인간과 저녁형인간의 차이 같은 것과도 조금 달랐다. 자각이라기보다 그것은 확신이었다.
사쿠마는 흡혈귀이다. 그것을 확신한 때였다.
그것을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드러나지 않을 문제였다. 사쿠마는 마늘을 싫어하지만, 마늘을 싫어하는 사람도 많다. 사쿠마는 아침마다 일어나기에 난항을 겪지만, 밤에 늦게 잠들고 아침 늦게 일어나는 사람 역시 많다. 하지만 사쿠마는 피를 마시는 것을 좋아한다. 거기서 그치면 그런 확신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사쿠마는 피를 마시면 낮 동안에도 무리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불사불멸의 흡혈귀.
사쿠마는 그런 존재이다. 그가 그것을 한번 의심하고 나서, 그는 어느 날 깨달았다. 이것은 사실이다. 마치 인간이 숨 쉬는 법을 아는 것처럼, 그는 그 진실을 알았다.
주변은 가족을 포함해서 모두가 인간이었다. 시간은 백 년 남짓. 사쿠마는 흡혈귀이다. 시간은 무궁무진. 그는 그 괴리를 참을 수 없었다. 견디기 어려운 고립이었다. 남이 받아들이고말고, 우선 사쿠마 자신이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이었고, 사쿠마는 그 사실을 알았다.
아마 아무도 사쿠마의 비밀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사쿠마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무에게도 밝힌 적 없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다. 그는 그저 밤에 조금 더 활동적인, 그 탓에 교실에서 잘도 꾸벅꾸벅 졸고, 유닛 연습에서도 유독 무기력하게 늘어져 있는 사람일 뿐이었다. 아무도 그의 진실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런데 얼마 후부터 그의 형이, 자신이 흡혈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자기가 사용하는 부실에 큰 관을 가져다 놓고 낮 동안 거기 누워 잠들었다. 그 기묘하고 멍청하기까지 한 행위에 사쿠마는 할 말을 잃었다. 학교에서 이름난 기인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그의 형은 멈추지 않았다. 불사불멸, 완벽한 흡혈귀. 어디로 보나 사쿠마의 이야기였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은 그것이 무척 불쾌했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알고는 그러는 걸까. 자신은 혼자 남을 것이 무섭고 고통스러운데. 그나마 함께 주어진 시간마저 낮과 밤이 갈려 그마저도 갉아먹고 마는 것인데.
어쭙잖은 흉내로 이루어진 흡혈귀인 제 형을, 사쿠마는 그래서 좋아하지 않으려 했다. 싫어하려 했다.
잠에 들지 않고 낮 동안 내내, 점심시간에 이사라가 부를 때까지 사쿠마 리츠는 그런 생각을 했다.
관 속에서 눈을 감고 잠을 청해 보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억지로 바꿔놓은 생체 리듬이 아마 더 자연스러운 쪽으로 되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누군가 관을 차는 소리가 들렸다. 사쿠마는 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상념에 빠져 있었다.
그가 사랑하는 남동생의 비밀을 알게 된 건 몇 년 전의 일이다. 어떻게 그것을 알게 되었는가? 그것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알았다. 평온한 청춘을 보낼 나이의 동생이 자신의 진실에 상처 입는 것을 보았다.
자신은 평범한 사람인 까닭에, 그를 어떻게 위로해 주어야 할지 몰랐다. 만약 동생이 굳이 말하려 하지 않는다면 그가 나서서 입에 담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방향일 것이다.
그러면 사쿠마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오래 그것을 고민했다. 위로할 방법도, 도움이 될 방법도 모른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상처를 후벼 파는 짓일지도 모른다. 누구도 조언해줄 수 없는 동생에게 힘이 되는 법을.
아마도 그것은 혼자가 아니라고 가르쳐주는 것이리라고, 사쿠마는 결론지었다.
그러자 그는 동생을 관찰했다. 낮에는 잠들고 밤이면 깨어났다. 마늘을 싫어했다. 다른 사람에게도 흔히 볼 수 있는 특징이었는데, 설마 그것이 동생의 비밀에 관련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사쿠마는 그것을 즉시 실행에 옮겼다. 억지로 잠드는 시간을 낮으로 옮기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지만 한번 바뀌고 나자 무척 빠르게 적응해나갔다. 마늘은 반대로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사쿠마 역시 마늘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딱 하나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사쿠마는 어떻게 해도 피만은 좋아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이것은 어떻게 해도 좁힐 수 없는 자신과 동생의 거리와 같을 것이다. 주어진 시간은 억겁 이상의 차이, 그 어마어마해 실감이 나지 않는 비극보다도, 사쿠마 레이는 그 사실이 서글펐다.